2008/04/06 22:26

빨리 어른이 되고 싶어 귀여운 망아지

지금은 비가 내리고 있지만,
다소 구름이 끼어서 야외 활동하기 딱 좋았던 오늘 오후
예지와 나는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교회대항 축구대회를 구경하고 있었다.

전반전이 끝나고 휴식타임..
동네 단골 슈퍼 아주머니께서 아이들과 함께 집으로 가고 계셨다.

웃으며 인사하는 우리에게 딸내미를 독서실에서 데리고 오는 길이라고 하셨다.

아주머니께서 가시는 모습을 보던 예지가 나에게 말했다.
"엄마. 저 집 부자인거 같아. 애 데리러 독서실에도 가고."
"엉..? 그건 부자랑 상관없고.. 요새 어흥이가 많잖아. 어흥이는 중학생도 잡아가고 그러거든.그래서 마중 나갔다 오시나봐."
"그래...? 그건 그렇다고 해도, 어쨌든 저집 돈 좀 있는거 같더라."
"응?"

눈을 동그랗게 뜨면서
"저번에 슈퍼가서 보니까 구십만원인지, 오십만원인지... 아무튼 만원짜리를 이만큼 가지고 막 세고 있더라."
라고 하면서 손으로 돈을 세는 시늉을 해보였다.
"슈퍼도 어디서 물건 사다가 우리한테 파는거잖아. 그런 돈인가봐."
심각하는 예지의 모습을 보면서 나도 몰래 킥킥하고 웃음이 나왔다.

그리고 저녁.. 예지가 나한테 물었다.
"엄마. 엄마만 왜 로또가 안되는거야?"
가끔 천원, 이천원어치 로또를 사긴 하는데 매번 꽝인 나에게 한마디 툭 던지는 것이었다.

"아.. 그게, 나만 로또가 안되는게 아니라.. 거의 다 안돼. 되는 사람이 신기한거지."
"... 우리는 안되는거야?"
"아니..뭐.. 너 두살때 십만원 된적은 있다..뭐..."

"난 빨리 어른이 되고 싶어."
"왜?"
"그래야 돈벌지. 내가 회사 다니면서 엄마랑 둘이 같이 벌면. 이다음에 바다가 보이는 멋진집에서 살 수 있잖아."

그리고 책을 보는 듯 하더니 다시 한마디 한다.

"엄마 있잖아. 난 엄마가 돈없다는 이야기 할때마다 미안해."
"....무슨 소리야?"
"나 때문인거 같아서. 내가 자꾸 뭐 먹고 싶다고 그러고.. 색종이도 사달라고 하고.. 책도 사고 싶다고 하고.."

갑자기 식당에서 오이를 더 먹고 싶은데, 더 달라고 하면 돈 더내라고 할까봐 고민하던 녀석의 모습이 떠올랐다.

"이그.. 아니야.. 오히려 엄마가 미안한걸? 능력이 없어서 우리 딸 이렇게 고생시키는게 너무 미안해. 내가 좋은 엄마였으면, 예지에게 이런 생각 안하게 했을텐데.."
"아니야 엄마. 엄마는 좋은 엄마야. 내가 미안해. 빨리 커서 어른될께."



아니야. 예지야 엄마가 정말 정말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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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꿈의대화 2008/04/07 00:51 # 답글

    욕 좀 할게요...



    .......아 씨발...졸라 슬퍼...ㅜ.ㅜ

    "안녕 형아" 만큼이나 슬프잖아요~
  • 마미포니 2008/04/07 00:53 # 답글

    꿈의대화님//욕한대서 놀랐잖아요..ㅠㅠ
  • Hanasui 2008/04/07 08:13 # 답글

    로또는 정말 안되죠...

    필요한사람은 안되고

    제대로 쓸수 없는 사람들만 되는

    아름다운세상.. 제길.. ㅠ_ㅠ
  • 마미포니 2008/04/07 08:31 # 답글

    Hanasui님//로또는 일주일간의 상상의 행복을 사는 비용으로 지출한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편해지더군요.^^
  • jyudo123 2008/04/07 12:26 # 삭제 답글

    이런 젝일.. 이런 글보면... 결혼해서 애 키우기 넘 두려워져요..
  • 핑키 2008/04/07 18:00 # 삭제 답글

    어른되면...
    그때부터 세상이 힘들어지는뎅
  • 마미포니 2008/04/07 20:04 # 답글

    jyudo123 님// 걱정하실 필요 없어요.^^

    핑키님//맞아요...그러니 어릴때는 어린이 다운 생각을 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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